저는 대학,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것도 기초과학 분야이고, 이론적이고 원리를 밝혀내는 부류의 소위 돈 안되는 연구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물리학과는 좀 다른 분야, 그것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지금 하는일과 전공이 무슨 상관이 있냐?... 박사 뭐하려고 했냐? 의미 없는 시간 아니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늘의 자신이 있는 것은 과거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냥 제가 살아오면서 느껴온 이야기들을 좀 적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물리학에 매료된 것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나온 시대를 동경하고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던 훌륭한 선배님들을 동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워낙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한 분들도 계십니다.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닐스 보어, 좀머펠트,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디랙, 슈뢰딩거, 드 브로이 같은 분들이죠.
그냥 솔베이 6차 정모 참석자 분들 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전원은 아니겠지만, 그분들중 다수는 연구 업적만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철학, 식견, 인품, 사회 활동 등 여러면에서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는 일단 기초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기초 과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초과학 종사자들이, 기초과학을 지나치게 신성시 하는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기초과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분들의 논리는 주로 기초과학은 경제 논리로 봐서는 안되고,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탐구하기 위한 중요한 행위이고, 현재 세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 중에는 기초과학의 성과물도 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초과학이 필요한것, 투자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왜 필요한지, 왜 투자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의심하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학원생시절 상당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내가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정부의 연구비를 받고 있는데, 이게 국민들 세금에서 나오는 돈인데, 이게 정말 세상을 위한 연구인가? 내 연구가 국가에 도움이 되나? 전혀 모르겠었습니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것, 혹은 기초과학 종사자는 대한민국에 필요한가...
굳이 이렇게 묻는 이유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라는것이 한 나라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짜피 대부분의 연구물은 논문으로 발표되고, 전 세계에 알려지니까요. 미국에서 나온 성과가 한국에서 사용될 수도 있고, 반대도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국이 연구비를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연구자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연구물이 공개될지라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선 한국에 과학자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석하게도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가도 의문입니다. 대학원생은 졸업해서 취직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기초과학을 연구한 대학원생이 졸업하고 갈 곳이 있나... 박사에 대한 수요가 있는가... 제가 아는 분들 중에서 정규직을 못구하고 박사 후 연구원을 거의 10년 째 하시는 분들이 여럿입니다. 그리고 그 외는 회사로 방향을 틀었고... 연구소에서 정규직을 구한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초과학자에 대한 패러다임이 너무나도 정규직 교수님들 위주로 형성된 것 아닌가 우려합니다.
이미 본인은 잡이 있는데, 연구비를 받기 위한 논리... 잡이 없는 사람이 잡을 구하기 위한 논리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다가 과학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물리학 분야에서 기초과학이 가장 찬란한 시기였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탄생한 시기를 다시 돌아봤습니다.
제가 과학사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은, 당시에 독일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었고,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이 탄생하고 발표된 것도 독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산학협력 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수업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산학협력이 무엇인지 별도로 조사를 해봤는데...
전구의 발명 이었던 것 같습니다.
양자역학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것이 막스 플랑크 선생님이 흑체 복사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화 개념을 도입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흑체복사라는것은, 온도에 의해 물체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 분포이고, 당시에 그 흑체복사를 연구한 이유는 전구 때문이었습니다. 전구... 우리 생활에 떼어낼 수 없는 훌륭한 발명품이죠. 그 덕분에 우리가 야근을 해야 하니까... 초기의 전구의 원리는 높은 온도에서 나오는 흑체 복사 현상이었습니다. (지금이야 LED도 있고 별거 다 있지만...) 그리고 전구의 수명과 효율을 생각한다면, 전구에서 빛이 나오는 원리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즉, 산업적인 수요에 의해 기초과학 연구가 진행되고, 그러면서 양자역학까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너무나도 기초과학과 응용 과학을 별개로 인식하려는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기초과학이 왜 돈과 거리가 먼 연구라는 패러다임이 생겼는지... 기초과학자가 돈 좋아해도 되고, 응용 분야의 연구를 해도 됩니다. 기초과학이 산업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찾아보면 그런 사례들이 많을텐데... 그냥 전혀 돈 생각 안하고 기초과학 연구하다가 나중에 그게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다. 같은 논리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저는 연구자로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 연구로 사람들이 많은 혜택을 본다면 그게 가치있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게 꼭 돈이나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과 관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기초과학자는 성직자가 아닙니다. 돈 생각 없이 신념만으로 연구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기초과학자들이 본인들의 연구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쓸 수 있, 쓰기 위한 연구보다,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 실적을 위한 연구를 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학계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도 많아요. 회사 돈으로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 하시는...
그래서 그 일이 대체 회사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입니까?
그리고 본인들의 연구를 활용해서 세상을 더 유익하게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게 좋은 일이 아닐까요?
그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기초과학에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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