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먹는 것보다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니, 그것은 욕구입니다. 인간에겐 많은 욕구가 있지만, 저에겐 요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습니다.
요리하지 않으면 욕구불만이 생겨버립니다.
한때, 저는 이미 닭튀김에 새로움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원 리조트에 출장 가서, 이가 닭강정을 주문해먹었을 때 저는 신세계를 발견하였습니다. 바쓰라고 하는 중국식 맛탕이 있습니다. 한국식 맛탕과의 차이는, 설탕을 기름에 튀겨서 튀긴 고구마에 얇게 묻히고 사탕처럼 굳힌 것입니다. 이가 닭강정은 바쓰처럼 겉이 설탕으로 코팅되어 바삭하게 부서졌습니다. 튀김옷이 바삭한 게 아니라, 코팅으로 바삭한 맛을 내다니... 그것은 치킨의 신세계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치킨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여담으로, 그때 연구실에 페루에서 온 사람이 있었는데, 한국 음식이 안 맞아서 식사를 잘 못하던 사람입니다. 맵고 자극적인 것을 먹으면 몸이 아프다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그 사람이 그 닭강정을 먹더니 맛있다고 하나 더 시키자고 했습니다. 그만큼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가 닭강정 고한점은 그 후 문 닫아버렸습니다. 지도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느껴지더군요... 이가 닭강정 고한점은 하이원리조트 입구에 있었는데 (고한역 방면), 여기서 힐 콘도는 가깝지만, 마운틴 콘도까지 배달을 하려면 거의 10분이 걸립니다. 배달하고 돌아가면 왕복 20분이죠. 그러다 보니 배달이 좀 오래 걸리기도 했습니다. 음... 영월점이 있긴 한데... 거긴 갈일이 없네요.
어쨌건, 저는 그렇게 제가 모르는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닭튀김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사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미 선사시대를 제외해도 수천 년이고, 요리의 역사 또한 인류의 역사와 비슷한만큼 긴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엔 지금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요리가 탄생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예를 들자면 닭을 우주에서 요리하거나, 진공에서 튀기거나...? 초저온에서 얼려버리거나, 자기장으로 공중에 띄우고 요리를 하거나...? 다 맛에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틀에 박힌 생각과 편견에서 벗어날 기회가 됩니다. 내가 전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입니다.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걸 알게 된다면 신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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