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주 가던 치킨집에나 가보려고 했는데, 건물 재건축하려는지 치킨집 포함해서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이전한다는 공지도 없는거로 봐서 아예 닫으려는건지...
(치킨 + 새우튀김이 있었는데... )
공부하려고, 돈 벌려고 고향 떠나 여기저기 돌아다닌지도 이제 10년이 넘었네요.
그나마 대학은 학생에겐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고, 첫 직장은 고향 근처였지만...
멀리 떠나서 혼자 살면 우울할 때가 많습니다.
전 전 직장 다닐 때는 고향까지 편도 4시간이었습니다.
KTX 라도 타면 더 빨랐겠지만 돈이 아까워서 그냥 제일 싼거 탔습니다.
그마저도 살다보면 제2 제3의 고향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치킨집이 문닫아서 허탕치고, 혼자 갈만한 식당이 있을까 돌아보다 결국 집에 와서 라면 끓여먹었는데,
문득 고향이라는게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마음에 부담없이 저녁 한끼 먹으러 갈 수 있는 곳이 고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학생 1학년 2학기에는 대인기피증이 워낙 심해서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질 못할 정도라서 한학기동안 굶고 다녔었죠.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만약 식당을 한다면, 대인 기피증이 심한 사람도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식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 되고 싶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Queen 에게 너희들의 차별성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우리는 아웃사이더이며, 아웃사이더를 위한 음악을 한다고 답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인스타그램을 위한 식당이 아니라, 나같은 대인기피증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위한 사람을 위한 식당을 하는게 진정으로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 제가 식당을 차리는건 아직 먼 훗날 일일 것 같고... 그냥 오늘은 제 마음의 고향같은 식당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한때 회기동에 살면서 근처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마침 직장 근처에 중국 식당이 있었는데, 지나만 다니다가 가보진 못했습니다. 어쩌다 직장 사람들하고 이야기해서 한번 가보자 라고 해서 갔는데...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같은 직장에 있던 중국 사람은 그곳이 지저분해서인지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더군요. 같지 좀 가달라고 하면 "싫다. 니들은 왜 맨날 거기에 가자고 하냐?" 고 반문했고, 저와 다른 사람이 "그곳이 이동네 최고의 식당이니까"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황당해하는 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라고 했습니다. (중국사람은 한국식당 가자.. 한국사람은 한식당 맛없다. 중국식당 가자 라고 말하는 참 재미있는 상황 이었죠. 그런데 제 입장에선 웬만한 한국요리는 특별한 기술 없고 특별한 장비 없어도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중국요리는 강한 화력이 있는 식당에서 만들지 않으면 잘 안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굳이 한식을 밖에서 돈주고 먹고 싶은 생각이 잘 안듭니다. 저는 집에서 육개장은 기본이고, 우거지 갈비탕, 소머리 국밥도 끓여먹는 사람이라... 소 반마리 10만원도 안하는데, 그정도면 소머리 국밥 26인분 정도 끓여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근처에 새로운 중국식당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고향반점입니다. 이곳이 오늘 이야기 하려는 곳입니다. 이곳은 중국사람도 이전에 있던 중국 식당보다 괜찮다고 인정 했습니다. (뭔가 질려버린 표정이었지만...) 그리고 제 기준으로 제가 가본 식당 중 현재까지 세계 최고입니다.
https://place.map.kakao.com/2136779226
애석하게도 요리 사진은 남겨둔게 없습니다. 요리가 나오면 바로 먹어야 해서 굳이 사진 찍을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대신 메뉴판 사진은 찍었습니다. 언제라도 보면서 뭐 먹을까 생각하려고요.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고, 특히 중국요리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라지는 편이라서 향신료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절대 추천 안합니다. 그리고 제 주관으로도 모든 메뉴가 다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중국식당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라면, 일단 가격이 싸다는 것입니다. 요리 메뉴 외에 도시락류는 반찬처럼 나오고, 공기밥이 추가됩니다. 다른 식당에선 즈란 양고기를 먹어보려면 15000~20000원 정도의 요리를 주문해야 하는데... 여긴 여러명이 가서 요리 여러개 주문하고 나눠먹기도 좋고, 포장이나 배달도 되기 때문에 요리 3개정도 사서 포장해가면 며칠간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즈란양고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양고기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즈란(큐민)도 호불호가 갈리니까 싫어하는 분들은 싫어하시지만... 그리고 또 거의 항상 주문하는 것이 가지볶음입니다. (여기에 감자가 추가된 것이 지삼선인데, 제가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목이버섯 푸주볶음 이라는 것도 자주 주문하는데, 이것은 부죽 이라고 하는 두부피를 말린 재료가 들어갑니다. 건두부보다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부죽 사다가 집에서도 가끔 해먹습니다.
그 외는 계란 토마토 볶음도 좋고... 탕수육이나 마파두부같은 잘 알려진 요리들은 대부분 무난합니다. 아직 다 먹어보지 못했지만...
음... 이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뭔가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한 느낌이 듭니다. 요리에 마약이라도 넣은건가...
기름이 많고, 과식을 하게 되다보니 먹으면 체중이 좀 늘지만... 이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정도 행복한 감정조차 포기하면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아무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이 느껴지는 식당은 제가 가본 식당 중에서도 여기 밖에 없었습니다.
저한텐 슬픈 기억이 여럿 있는 곳입니다. 저기에 모여서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던 동료들도 있었지만, 이젠 다 흩어져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