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역사를 배우는 이유

Novelism 2021. 7. 10. 11:20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하나뿐일 수도 없고, 모든 사람에게 이유가 같을 수도 없으니 그냥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를 명확히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대학생 시절 교양 수업으로 역사 관련 과목들을 배우면서, 그 이유를 찾고싶어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역사는 어느정도 반복되는 것이고, 교훈이기 때문에, 배워두면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이 안되고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남의 역사보다, 우리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고대사보다는 현대사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면, 굳이 우리의 역사를 배울 필요 없이 남의 역사를 배워도 되니까, 단순히 교훈을 얻기 위해 역사를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수업에서 강사님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듣고서야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그분 말씀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니 조금 변형해서 말하면, "역사는 우리가 걸어온 길이고, 기억이다. 역사를 모른다는것은 기억상실에 걸린 것과 같다. 한 사람이 살면서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해봐라. 기억을 잃은 사람이 어디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 라는 취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말이 제가 알고 싶어하는 역사를 배우는 이유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대학생이 된 이후로, 1년에 한번씩 학기 초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대학에 진학한 이유가 있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가 있고, 살아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풍파에 휩쓸려서 내가 정말로 무엇을 원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순간순간 선택이 다가올 때,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고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자주 자신이 왜 지금 여기있는지 생각합니다. 

 

 오늘의 자신은 과거의 자신이 걸어온 길이 있기에 존재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여러가지 선택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운명에 의해서이건)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의해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저는 오늘의 자신을 돌아볼때,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을 한다면, 1년전 그날의 선택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생각했을까? 라고 돌아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없다면 아마도 전혀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죠. 몇년 전 서로 같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같은 의견을 가지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헤어진 후로는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지게 되고, 이미 같은 문제를 바라봐도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공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절실하게 바라는 이유는, 경험 때문입니다. 저는 연구자, 실무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상당히 불만을 느꼈기 때문에, 연구자가 중심이 되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겠죠.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다른 길을 택하고 싶을까요? 

 글세요. 저는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왔고, 지금의 자신이 있는것은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대인기피증과 무능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것도 많은 만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연한 만남들을 인연이라고 합니다. 필연보다 소중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필연은 다시 시작해도 일어날 일이지만, 우연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이니까요.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일은 필연이지만, 당첨되는 일은 우연입니다. 인연이란 하나의 사후적인 사족 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의 자신이 있는 것은 과거의 많은 경험과 만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내가 무엇을 원한다면, "과거의 무슨 일 때문에 내가 이것을 원할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인생은 단 한번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게될 인연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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