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위대성은, 지금까지 동쪽으로만 한정됐던 인도로의 항해를 지구가 구형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서쪽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그의 탐험 여행에 대한 세심한 준비도 전문가적인 장비도 아니었다. 이런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역사적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었던 모든 육지를 떠나, 그때 보유하고 있던 지식으로는 되돌아간다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더 멀리 서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그 결단에 있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실질적인 신세계는 어느 결정적인 자리에서 지금까지 과학이 서 있었던 그 밑바탕을 박차 버리고, 말하자면 허공에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을 때에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6장 신세계로 출발 중에서
콜럼버스는 (물리적인 세계의) 모험가였습니다. 탐험을 통해 새로운 인도 항로(라 생각했지만, 아메리카 대륙)를 발견하였습니다.
하이젠베르크도 (물리학적인 세계의) 모험가였습니다. 그는 그때까지 확고한 바탕이라 여기던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양자역학이라는 신세계를 탐험한 사람이었습니다.
굳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만이 모험인 것은 아닙니다. 철학적, 과학적 세계에도 탐험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모험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 사업적인 모험도 모험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넓게 본다면 벤처 회사도 모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벤처회사에서 일하는 자신도 모험가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길이란 여러 사람이 걸어간 발자취 입니다. 그리고 모험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 혹은 길이 아니었던 곳에 길을 만드는 것 같은 것입니다. 이미 누군가가 따라간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항상 안전하고, 쉬운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명문대에 진학해서 졸업하고 평판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 같은것은 잘 닦여진 길을 가는 일이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반대로, 닦여져 있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삶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을 하는길 같은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고, 오직 본인의 아이디어, 지식, 기술 비전, 세심한 준비 같은 것에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크게 성공한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아는 분들 중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던 분들은, 애석하게도 그리 성공했다고 하긴 어렵네요. 저는 자연과학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이미 정해져있는 길대로 대학원까지 가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길을 개척한 분들을 더 높이 평가하고 존경합니다. 실패와 성공을 떠나서, 적어도 용기가 부족한 저는 못했던 일이니까요.
길을 가는가, 길을 개척하는가는 단지 쉽다 어렵다의 문제는 아닙니다. 잘 닦인 길을 가다가도 사고가 날 수 있는것이고, 그 끝에 항상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다가 길이 좁아지기도 하고 차가 막혀서 정체될 수도 있고,
제가 아는 분들 중에도 대학원, 박사후 연구원, 교수 라는 좁은 길을 가려다가 정체된 분들도 여럿 계십니다.
저는 길이 좁아보여서 그냥 다른곳으로 빠져나갔죠. 뭐가 옳은 선택인가? 그건 그냥 자신이 원하는 선택이 옳은 선택입니다. 없는 길 개척하는 것이 훌륭하다 같은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고,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한다 같이 생각하진 않습니다. 돈 많이 버는게 성공인것도 아니고 사람들은 다들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지, 거기에 옳고 그름이 어디있습니까?
저는 그냥 제 생각을 말할 뿐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길을 선택했을 뿐, 그게 남에게도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모험 이야기로 돌아와서, 모험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단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 아이디어, 기술, 지식, 세심한 준비 같은것은 그 결단을 내리기 위한 준비물 같은 것입니다. 저라면, 자신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인정할만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없다면,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모든 준비를 갖췄다면 전재산을 걸건 손모가지를 걸건 결단을 내립니다. 결국 아무것도 걸지 않고 무언가를 얻을 순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않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기회는 점점 사라져가고, 가진것은 줄어들고, 가치는 줄어들어버리고, 언제 경쟁자가 치고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생각은 착각 입니다.
벼락 거지... 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현대인은 모두가 모험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골목의 가게나 골목 식당들조차 다국적 거대 재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개인 사업의 창업을 합니다. 골목식당 방송을 볼 때마다, 골목 식당은 사업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요리만 잘하면 되는것이 아니라, 사업가가 생각해야할 많은 것들... 차별성, 입지, 수요, 재료 수급, 가격 책정 등... 다 고려해야만 적어도 직장에서 일하는 것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은 창업 교육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벤처 회사는 창업자 뿐만이 아니라, 직원도 어느정도 모험가 기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처 회사에서 고용 안정성을 이야기해봐야 별 의미 없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을 높히고 언제라도 더 좋은 자리로 옮길 생각인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회사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면, 그 사람의 가치에 맞는 보상을 줘서 잡는것이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사업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벤처 회사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고 정해진 길 같은것은 없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길을 개척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선장은 있지만, 결국 그 배에 남아 있을지 말지는 자신이 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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