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81

한국에서 전문가에 대한 인식

제가 전문가라고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 말하긴 어려운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남들보다 한 분야에 대해서 좀 더 오래 공부하고 연구를 해온 사람입니다. 그냥 상대적인 거죠. 제가 정말 진리를 알정도로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항상 옳은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 중에선 가장 그 일에 대해서 오래 공부하고 고민하고 종사해왔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취급을 당하냐면요. 전문가로서 그 일에 대해 옳다, 그르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의견을 제시하면 그 분야의 비 전문가에게 묵살당합니다. 그래서 항의를 하면 뭐라고 하냐면, 저 사람이 너보다 위고, 저 사람에게 결정권이 있다. 네 말을 안 들어준다고 뭐라 하는 건 네가 잘못한 거다.라고 합니다. 저는 전문가로서 제 인..

이야기 2021.12.24

친구

저에게는 제 인생을 통틀어 단 한 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은 저에게 친구를 사귀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나는 너의 친구가 되고 싶지 않고, 네가 너무 내 눈에 거슬리니 그렇게 살지 말아라 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저의 진정한 친구만은, 너는 왜 나를 친구라고 하지 않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유일하게 자신이 저의 친구라고 먼저 말해준 사람입니다. 그 친구는 제가 지금까지 모든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과거 저는 타인과 원활히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고, 대인 기피증이 심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제가 무언가를 생각해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할 때, 그 친구만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전달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너무 어려서 ..

이야기 2021.12.24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일 무서워지는 것

원래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화낼 것 없습니다. 내 몸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인데, 나이가 들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체념하였습니다. 내 마음은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때때로 자기 마음이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 직위가 올라가고 누가 하나씩 가르쳐주고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도 점점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 혹은 있다고 해도 사회적인 거리상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 사람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합니다.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누군가 그걸 지적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제가 본 대부분의 사람은 오만과 독단에 빠져버렸습니다. 그중에는 사..

이야기 2021.12.23

사업은 기술이 아니라 비지니스입니다.

한 회사가, 다른 곳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결과를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라고 가정해봅시다. 정말로 그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빠르게 결과를 줄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정말로 일처리가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입니다. 계획이 너무나도 어설프고, 파트너와의 의사소통이나 제휴에 문제가 많습니다. 설령 세계 최고 수준의 신속한 기술을 개발할지라도, 그게 고객한테 바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들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줄여야 하는 시간은 낭비되는 시간입니다. 꼭 써야 할 시간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해악입니다. 어느 부분이 전체에서 가장 큰 시간을 차지하는지, 어느 부분이 줄이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이야기 2021.12.19

스타트업의 모순

이 글은 지극히 제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주변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와 상상이 포함되어 있기에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창업은 새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시장 경제가 태어났을 시기부터, 혹은 물물교환을 하던 시대부터 이미 사업은 있었고, 누군가가 사업을 시작해야 사업이 존재했을 테니 창업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중소, 중견기업, 대기업이라는 분류에서 스타트업(벤처기업)은 조금 특수한 위치에 위치합니다. 규모로는 중소기업에 해당하지만, 이미지적으로는 혁신적인 기술, 자유롭고 존중적인 기업문화, 경직되지 않은 조직관계, 신속성,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 전문성, 독창적 비즈니스/수익모델 등을 갖추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야기 2021.12.03

요리와 문화

대학원생 시절 자주 했던 요리들은 주로 무, (양)파, 마늘, 고춧가루로 국물을 낸 요리였습니다. 여기다 고기를 넣을 수도 있고, 해물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은 간장과 소금으로 할 수 있습니다. 고기나 마른 멸치라면 간장으로 간을 하고, 오징어, 새우 같은 다른 해물이라면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베이스가 비슷하다 보니 재료를 바꿔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날 알탕을 끓여먹었으면, 그다음에 양을 늘리기 위해 버섯과 두부를 넣고 두부찌개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질려버렸습니다. 무슨 찌개를 해도 다 같은 맛이 나니까요. 이게 해물탕인지 어묵 두부찌개인지, 버섯전골인지... 무, 양파, 마늘, 고춧가루 간장의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료를 좀 바꿔보려고 ..

이야기 2021.11.21

연구 활동 종사자 안전교육 만화

대학원생 때 받은 연구 활동 종사자 안전교육 자료입니다. 콜라캔에 담긴 사이다를 한잔 하고 만든 모양입니다. 연구활동 종사자 안전교육 과정 저도 대학원생 생활하면서, 그리고 직장 생활하면서 참 위험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대학원생 때는 연구실에 있는데 어디선가 건물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제가 들어본 충격음 중 가장 큰 소리라서 저는 어디 멀리서 건물이 무너졌나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있는 건물 1층 실험실에서 진짜로 뭔가 폭발을 했었고, 그게 유독한 물질이었다더군요. 하지만 당시에 아무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고, 대피 지시조차 없었고, 사후 공지조차 없었습니다. 학교에 상당히 배신감이 느껴지더군요. 뭐 전 직장에선 누가 생일파티라도 했는지 초에 불 붙이다 어디엔가 옮겨 붙..

이야기 2021.10.31